가족과 4년을 거의 연락 없이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2019년 개봉한 독립영화 '니나 내나'는 도망간 엄마를 찾아 길을 떠나는 삼남매의 이야기입니다. 완벽한 화해도, 극적인 해피엔딩도 없지만, 보고 나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작품입니다.가족이 없어서 불행한 게 아니라, 있어서 더 힘들다는 걸 아십니까영화 속 삼남매 역시 가족 때문에 가장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사춘기 시절 엄마와 크게 싸운 뒤 집을 나와 4년 가까이 연락하지 않았던 제 경험이 떠올라, 이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가족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말이 불편했습니다. 사춘기 시절 엄마와 크게 싸운 뒤 집을 나와 4년 가까이 제대로 연락을 하..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집은 가장 안전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드림팰리스는 그 믿음이 무너질 때 사람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드림팰리스는 아파트 하자보수와 산업재해, 할인분양 갈등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얼마나 무거운 죄책감을 짊어지며 살아가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도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이사 첫날부터 녹물이 — 하자보수의 현실영화 속 혜정은 생애 첫 집을 마련한 날,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주방과 화장실에서 녹물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이사 첫날부터요. 저는 이 장면에서 괜히 속이 답답해졌습니다. 새집에서 녹물을 마주하는 기분이 어떨지, 경험해보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이 됐기 때문입니다.혜정이 모델하우스로 달려가 항의하자, 건..
영화 원더는 편견과 성장, 그리고 진정한 배려의 의미를 따뜻하게 그려낸 가족 드라마입니다. 사람을 처음 봤을 땐 느낀 인상이 틀렸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꽤 크게요. 안면 기형으로 27번의 수술을 받은 소년 어기가 처음으로 학교에 다니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그저 감동을 전하는 가족 영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자주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며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게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첫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어기는 온몸으로 보여준다어기가 처음 학교 복도를 걷는 장면에서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립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다들 멀찍이 거리를 둡니다. 그 장면이 유난히..
영화 미나리는 가족과 이민자의 삶, 그리고 꿈을 향한 도전을 담담하게 그려낸 드라마입니다. 솔직히 저는 처음에는 그저 잔잔한 가족 영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몇몇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의 낯선 땅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버텨 나가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는 화려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의 무게를 더 깊게 전해줬습니다. 거창한 감동을 앞세우지 않았기에 오히려 오래 마음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이 영화가 미국에서 주목받은 진짜 이유미나리는 제78회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화, 과연 '한국 영화'일까요, '미국 영화'일까요?영화는 영어보다 ..
영화 트루먼 쇼는 자유의지와 통제된 삶, 그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드라마입니다. 솔직히 저는 처음에 이 영화가 그냥 기발한 설정의 SF 드라마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일상이 카메라에 담긴다는 이야기가 현실과 너무 멀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가장 오래 남은 건 독특한 설정이 아니라,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남이 설계한 삶'을 제 선택이라고 믿고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게 만든 질문이었습니다. 영화는 태어난 순간부터 거대한 방송 세트장에서 살아온 한 남자가 자신의 삶이 모두 연출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짜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세트장 같은 일상, 트루먼이 사는 세계트루먼 버뱅크는 매일 아침 같은 이웃에게 같은 인사를 건넵니다. 하늘에서 ..
영화 미 비포 유는 사랑과 삶의 의미, 그리고 타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바꾸는 것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덕분에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는 경험이 있을까요? 영화 미 비포 유는 단순한 로맨스보다 그런 변화를 더 오래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보고 난 뒤 사랑의 결말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을 얼마나 넓혀줄 수 있는가를 더 오래 생각하게 됐습니다.루이자와 윌, 서로의 세계를 바꾼 만남 혹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단번에 마음을 열어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아니라고 하실 것 같습니다. 루이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영화는 첫 출근 날부터 예사롭지 않게 시작됩니다. 루이자는 간병인으로 윌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