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아무도 없는 순간에 어색함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얼마 전 영화 《싱글 인 서울》을 보면서 그 감각이 정확히 무엇인지 말로 정리가 됐습니다. 혼자 있는 것과 외로운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생각, 이 영화가 그 경계를 꽤 날카롭게 건드립니다. 싱글 라이프, 정말 매일이 축제일까요영화 속 영호는 싱글 라이프(Single Life)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커플들이 설레는 것처럼 자신도 매일이 설레고 축제 같다고. 여기서 싱글 라이프란 단순히 연애를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합니다. 영호의 말은 방어적이라기보다 진심처럼 들렸습니다. 자신과 딱 맞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단언하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저도 잠깐 ..
졸업 이후 친했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건, 막상 겪어보면 꽤 낯선 감각입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그 감각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뜻밖에도 골목 길고양이에게 처음 밥을 건넸던 날을 떠올렸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날 제가 한 번 더 돌아본 행동이 이후 제 일상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었습니다.관계는 무너지는 게 아니라 달라지는 것졸업 후 친구들과 멀어질까 봐 걱정해 본 적이 있다면, 영화 속 다섯 친구들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을 겁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걱정은 꽤 현실적이었습니다. 취업을 먼저 한 친구, 아직 진로를 고민 중인 친구, 각자의 속도가 달라지면서 같은 시간대에 연락을 주고받는 일 자체가 줄어들었습니다.영화는 이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설명하지 않습니..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열심히 사는 사람이 왜 힘든지'를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정당하게 요구해야 하는 순간에 괜히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편이었습니다. 크게 손해를 보는 일이 아니면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고, 그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직장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내 집을 마련했는데도 숨이 막히는 삶.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하는 영화입니다. 보는 내내 불편하고 씁쓸했는데, 그 씁쓸함이 오히려 오래 남았습니다.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습니다영화의 주인공은 특별히 나쁜 선택을 한 사람이 아닙니다. 좋은 스펙으로 취직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집을 샀습니다. ..
처음 혼자 주민센터에 서류를 떼러 갔던 날, 저는 번호표 기계 앞에서 한참을 멈췄습니다. 어른이 되면 이런 일쯤은 자연스럽게 알게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앞에 서니 어디를 눌러야 할지조차 몰라서 다른 사람 손을 힐끔 쳐다봤습니다. 직원에게 물어보면 금방 해결될 일이었지만, 괜히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를 보면서 그날의 민망함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정작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제 모습이 묘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물론 영화 속 아이들이 겪는 상황과 제 경험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릅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모르는 ..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이유 없이 긴장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부산 불꽃축제에서 수만 명이 모인 곳에 있었을 때 그런 감정을 처음 제대로 느꼈습니다. 불꽃을 보러 갔는데 이상하게 하늘보다 출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금 여기서 나가야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영화 《부산행》을 보고 나니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좁은 기차 안에서 갇힌 사람들, 어디로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그리고 공포 속에서 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가 느꼈던 불안과 묘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좀비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오히려 좀비보다 사람이 두려움을 마주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좀비보다 먼저 찾아오는 공포, 밀폐 ..
집이 없다는 건 단순히 잠잘 곳이 없다는 뜻일까요? 영화 《홈리스》를 보고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집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넘어, 사람이 마음 놓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을 때 얼마나 쉽게 지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개봉 당시 '인디판 기생충'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 그 표현에 반은 공감하고 반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남의 공간에 들어간다는 설정은 비슷하지만 영화 기생충이 계급과 욕망을 날카롭게 보여줬다면 《홈리스》는 한결과 고운이라는 두 사람이 그 공간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까지 했을까?'보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