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는 경우, 우리는 그 이유를 정말 모르는 걸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은 걸까요. 영화 《낫아웃》을 보다가 면접에서 떨어지던 날, 옷장 안쪽에 면접복을 밀어 넣던 제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그냥 속상해서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조금 다른 의미로 보였습니다.잘했다고 믿었던 순간의 착각 《낫아웃》은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결승타를 친 열아홉 살 고교 야구 입시생 광호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봉황대기에서 팀 우승의 주역이 된 광호는 프로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합니다. 이후 대학 진학을 통해 야구를 계속하려 하지만, 그 길 역시 생각처럼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야구에서 드래프트는 프로 구단이 선수를 지명해..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안 살게."라는 말을 제대로 못 했습니다. 갖고 싶어서 산 게 아니라 분위기에 뒤처지기 싫어서 샀던 물건들이 통장 잔고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영화 《최선의 삶》을 보면서 그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어떻게 사람의 선택을 흔드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남긴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분위기에 휩쓸린 소비, 그 씁쓸한 기억친구들과 쇼핑을 갔던 날이 있었습니다. 저는 애초에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한 친구가 옷을 집어 들더니 "이 정도면 괜찮지?" 하고는 바로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다른 친구도 따라 샀고, 어느새 저만 빈손이었습니다.그달은 월말이라 통장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며칠만 버티면 월급이 들어올 상황이었는데, 결..
처음 자취방을 구하러 다니던 날, 저는 설렘보다 걱정이 먼저였습니다. 혼자 계약서를 보고, 월세와 관리비를 따져보고, 앞으로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영화 《초행》을 보고 나서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미술 강사 수현과 방송국 계약직 지영, 두 사람이 서로의 가족 앞에 서는 장면들은 낯선 길 위에 처음 서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그 떨림과 꼭 닮아 있었습니다. 《초행》은 결국 독립과 결혼이라는 큰 선택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서툴고 불안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가족 갈등, 밥상 위에서 터지는 것들지영의 어머니가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밥상 위의 공기가 달라집니다. 수현은 자리를 피하고, 지영은 울음을 참습니다.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세이레》가 뭔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있는 집에서 장례식을 가면 안 된다는 금기, 어릴 적 어른들에게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그 이야기가 영화 한 편을 통째로 이끌어 간다는 사실이 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건 단순히 미신을 다루는 공포 영화가 아니라, 작은 선택 하나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때 사람이 느끼는 불안과 죄책감을 다루는 이야기였습니다. 줄거리: 장례식장에서 시작된 균열영화는 주인공 우진이 결혼 전 사귀었던 옛 연인 세영의 부고를 받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집에 있는 상황에서 장례식장을 찾는 것은 한국의 전통 민간 신앙에서 엄격하게 금기시되는 행위입니다. 아..
월급날 통장에 들어온 돈이 월말에는 절반도 남지 않는 경험, 저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예전에는 돈이 부족해서 저축을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이번 달에는 이것도 사고 저것도 해야지' 하면서 먼저 쓰고, 남은 돈이 있으면 그때 저축하려고 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남은 돈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경제적으로 빠듯한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담은 작품입니다. 큰 사건보다 생활비와 관계, 그리고 버티는 과정에 집중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사채까지 쓴 건 아니라는 아내의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 서늘하게 들렸습니다. 특별히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처럼 느껴졌기..
솔직히 저는 공항이 이렇게 무서운 곳인 줄 몰랐습니다. 영화 "오케이 마담"을 보면서 처음 군산공항에 섰던 날이 고스란히 떠올랐습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비행기 안에서 허둥대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 더 가슴에 박혔던 건, 그게 바로 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오케이 마담"은 평범한 부부 미영과 석환이 가족 여행을 떠났다가 예상치 못한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 영화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작품에서 더 오래 기억한 것은 영웅적인 활약보다 처음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의 서툰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을 영화가 코믹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저는 이 작품을 단순한 액션 영화보다 '처음의 감정을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로 받아들였습니다.처음의 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