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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증인 (자폐 스펙트럼, 증거능력, 편견)

creator25754 2026. 7. 5. 12:04

목차


    증인

    영화<증인>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목격자의 증언을 통해 편견과 진실, 공감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법정 드라마입니다. 처음에는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사람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더 오래 남았습니다. 저 역시 병원에서 근무하며 환자를 겉모습이나 첫인상만으로 판단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 영화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의 증언, 법정에서 어떻게 다뤄질까

    영화에서 국선 변호인이 사건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물증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기소를 유지하는 근거는 오직 지우의 목격 진술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지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15세 소년입니다. 여기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란, 사회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반복적 행동 패턴이 나타나는 신경 발달상의 차이를 의미하며, 타인의 의도나 감정을 직관적으로 읽는 것이 일반적으로 쉽지 않은 상태를 가리킵니다.

    검찰 측은 지우의 장애를 고려해 사전에 녹화된 영상 진술물을 증거로 제출하려 했습니다. 반면 변호인은 직접 심문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장면이 다소 냉정하게 느껴졌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법정에 세워야 하는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변호인의 논리는 다른 지점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상 진술이 특정 환경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점, 즉 진술의 재현 가능성과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이처럼 법정에서 자폐인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되려면 증거능력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증거능력이란 해당 진술이 법적으로 유효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개념입니다. 단순히 "이 사람이 거짓말을 했느냐"가 아니라, 진술 자체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조건 아래 만들어졌는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영화는 이 지점을 제법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었습니다.

    •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DSM-5 기준 신경 발달 장애로 분류되며,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핵심 특성으로 합니다 (출처: 미국정신의학회(APA))
    • 법정에서 16세 미만은 선서 무능력자로 분류되어 선서 없이 증언이 진행되며, 영상 진술물이 원칙적 대안으로 활용됩니다
    • 증거능력은 진술의 진위 여부가 아닌, 그 진술이 만들어진 맥락과 조건의 신뢰성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요약: 물증 없이 자폐 소년의 진술만으로 유지되는 기소에서, 증거능력 자체를 따지는 것이 변호의 핵심이었습니다.

     

    편견은 이렇게 생긴다, 병원에서 배운 것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병원에서 일했던 시간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병원은 하루에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었습니다. 긴장해서 말을 더듬는 사람도 있었고, 아픈 곳이 많은데도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몰라 횡설수설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저는 그런 상황을 이해하기보다 업무를 빨리 처리하는 데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말을 또박또박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다르게 받아들이곤 했습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증상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분들을 만나면 속으로 '왜 이렇게 어렵게 말씀하실까, ' '조금만 더 쉽게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상대의 입장에서 듣기보다 제 기준에 맞춰 이해하려고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접수 창구에서 한 어르신이 같은 내용을 세 번 연속 물어보신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순간적으로 당황했습니다. 방금 설명드린 내용을 또 물으시니 혹시 제 설명이 부족했나 싶기도 했고, 업무가 밀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조급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설명을 모두 들으신 뒤 어르신은 안도한 표정으로 "이제 알겠어요. 고마워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같은 질문을 반복한 건 제 말을 무시해서도, 일부러 시간을 끌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신호였을 뿐이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누군가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왜 또 물어보시지?'보다 '혹시 내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지우도 비슷했습니다. 변호인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지우는 상대의 말을 그대로 받아 반복하거나, 엉뚱해 보이는 대답을 하기도 합니다. 이를 '반향언어(Echolalia)'라고 하는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분들이 상대의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언어적 특성을 가리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대화가 안 되는 아이'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그것이 곧 이해 불가능이나 신뢰 불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중요한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화 방식이 다른 것'과 '진실을 말할 능력이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요약: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곧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며, 판단보다 이해가 먼저여야 합니다.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흔드는 심문, 설득인가 모욕인가

    재판 장면에서 가장 긴장되었던 순간은 변호인이 지우에게 얼굴 표정 판독 테스트를 진행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변호인은 다양한 표정 사진을 보여주며 지우가 무엇을 느끼는지 물었습니다. 지우는 놀랍도록 정확하게, 그러나 기계적으로 표정을 분석했습니다. 슬픔인지 기쁨인지를 맞추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그 표정이 어떤 의도에서 나왔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변호인의 주장은 이것이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상 '의도적 행동'과 '우연한 행동'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지우는 할머니(피고인)가 할아버지를 넘어뜨릴 때 웃고 있었다고 증언했고, 그것을 '공격'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웃음이 공격의 의도를 증명하는가, 이것이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검찰 측은 변호인이 증인을 모욕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변호인의 방식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공개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재판장은 이 테스트가 지우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진술의 한계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증인의 주관적 해석이 아닌 목격한 사실 자체만을 증거로 채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판단에 대해 생각이 나뉠 수 있다고 봅니다. 장애인의 증언을 제한하는 것이 또 다른 차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반면 법적 절차에서 증거의 신뢰도를 엄격히 따지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우를 보호하려는 것과 진실을 가리는 것이 항상 같은 방향을 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중요한 지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장애인 진술의 증거 채택 기준에 있어 별도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해 왔습니다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요약: 진술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증인을 모욕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정한 절차인지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편견을 넘어 이해로, 기다린다는 것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장면은 법정이 아니었습니다. 변호인이 지우에게 "나를 이용할 수 있어?"라는 질문을 받는 장면이었습니다. 지우는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물어본 것입니다. 저는 그 질문이 굉장히 정직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변호인이 "응, 이용할 수 있어"라고 답하는 장면은 역설적으로 이 둘 사이에 처음으로 솔직한 신뢰가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지우의 꿈이 변호사라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가 왜 변호사를 꿈꿨는지, 영화는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돕는 사람'이라는 기준으로 그 직업을 선택한 것은, 지우가 세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꽤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도 병원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이해는 아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말이 느린 분, 같은 말을 반복하는 분, 표정이 어색한 분. 제 기준에서 답답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조금만 기다려보면 그분들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충분히 보였습니다. 영화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현실은 영화보다 복잡합니다. 뒤에 환자가 줄 서 있는 상황에서 한 분께만 시간을 충분히 드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이상만을 강요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 그게 이 영화가 말하는 핵심처럼 느껴졌습니다.

    요약: 이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며, 기다리는 것 자체가 이미 이해의 시작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증인에서 지우의 증언은 결국 유효한 증거로 인정됐나요?

    A. 재판장은 지우의 주관적 해석, 즉 '할머니가 웃으며 공격했다'는 부분은 증거에서 제외하고, 지우가 직접 목격한 사실 관계만을 증거로 채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증인 본인의 의도 해석과 실제 목격 사실은 법적으로 다르게 다뤄질 수 있다는 점이 이 결정의 핵심이었습니다.

     

    Q.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으면 법정 증인이 될 수 없나요?

    A. 자폐 스펙트럼 장애 자체가 증인 자격을 박탈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증거능력, 즉 해당 진술을 법적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은 진술이 이루어진 조건과 맥락을 고려해 별도로 판단합니다. 16세 미만이라는 나이 요건도 선서 여부에 영향을 줍니다. 장애인 진술 보호를 위한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공정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Q. 영화 증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가요?

    A. 영화 증인(2019)은 실화 기반이 아닌 창작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묘사와 법정 절차 관련 설정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구성된 편이며, 자폐 당사자 단체와의 자문을 거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장애를 단순히 극적 장치로만 쓰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Q. 반향언어(Echolalia)가 자폐 아동에게 항상 나타나나요?

    A. 반향언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분들 중 일부에게 나타나는 특성으로, 모든 자폐인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이름처럼 스펙트럼, 즉 넓은 범위의 다양한 특성이 각기 다른 정도로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한 가지 특성으로 전체를 일반화하는 것은 오히려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결론

    영화 증인은 화려한 반전보다 조용한 질문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었는가, 아니면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있었는가.'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병원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려는 태도를 놓지 않는 것, 그게 이 영화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법정 절차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영화를 한 번 더 보시거나 관련 전문 자료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저한테는 한 번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youtu.be/lmJBRewc_nc?si=Ugs7bnac5x1ViDF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