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전두환 군부 정권이 조작한 부림사건은, 단순히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사람을 잡아다 고문했던 실화다. 영화 《변호인》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법정 장면도, 송강호의 명대사도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때 교실 뒤편에서 혼자 울고 있던 친구 얼굴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모른 척 지나갔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상하게 그 친구 얼굴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책 한 권이 수사의 증거가 되던 시대 1981년 부산에서 독서 모임에 참여하던 청년 22명이 불법 단체 활동 혐의로 연행됐습니다. 이것이 부림사건입니다. 당시 안전기획부(안기부)는 이들이 읽던 책들을 이적 표현물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적 표현물이란 국가보안법상 북한이나 반국가 단체의 활동을 이롭게 ..
솔직히 저는 영화 국제시장을 처음 볼 때 그냥 울리려고 만든 신파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한 장면 한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 걸렸습니다. 가족을 위해 자기 인생을 계속 미루는 사람의 이야기가, 제 부모님 모습과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한 사람의 희생이 가족의 생존이 되던 시대영화의 배경이 되는 1950~60년대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100달러를 밑돌던 시절입니다. 여기서 1인당 GNI란 한 나라 국민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값으로, 그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당시 한국의 수치는 현재 약 3만 5천 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문자 그대로 다른 세계입니다(출처: 한국은행).영화 속 덕수가 독일 파견 광부를 지원하는 장면이 그래..
초등학교 때 같은 반에 아프리카에서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몇 달 동안 그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지 못했습니다. 무서웠던 것도, 싫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낯설다는 이유 하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같은 교실에서 매일 얼굴을 보고 수업도 함께 들었는데도, 괜히 다가가기가 어렵게 느껴졌던 제 모습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 용기를 내어 말을 걸고 함께 놀게 되면서 그 친구도 저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친구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영화 《완득이》를 보는 내내 그 기억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는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2011년 개봉한 영화지만, 지금 다시 봐도 우리가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
영화를 보는 내내 초등학교 때 기억 하나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 기억은 뒤에서 다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실제 광주 인화학교 성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개봉 이후 재수사와 관련 법 제정, 학교 폐쇄까지 이끌어 낸 드문 사례로 남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초등학교 때 기억 하나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 기억은 뒤에서 다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만큼 《도가니》는 단순히 한 사건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잊고 지냈던 기억과 시선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실제 광주 인화학교 성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개봉 이후 재수사와 관련 법 제정, 학교 폐쇄까지 이끌어 낸 드문 사례로 남았습니다.실화를 넘어 세상을 움직인 도가니 일반적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극적 효과를 ..
모르는 어른 둘이서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면, 그게 과연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엄마의 불법체류 빚을 갚기 위해 어린 딸이 담보로 맡겨진다는 설정은 처음 들었을 때부터 쉽게 믿기 어려웠습니다. 저 역시 제목만 봤을 때는 따뜻한 가족 영화라기보다 무거운 범죄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담보〉는 이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사채와 담보, 그 시작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아이가 빚의 담보가 된다는 설정은 처음 들었을 때는 쉽게 믿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영화 는 그 비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혈연도, 법적인 관계도 아닌 사람들이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예전에 도박으로 ..
고등학교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고, 그 뒤로는 친구에게 밤늦게 혼자 다니지 말라고 자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당시에는 막연한 불안으로만 남아 있던 기억이었는데, 영화 〈소원〉을 보고 나서는 그 두려움이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납치 성범죄, 그날의 기록평범한 초등학생 소원이가 등굣길에 끔찍한 범죄를 당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범행의 결과는 단순한 신체적 상해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소원이는 수술을 받았고, 이후 영구적인 장애 가능성까지 언급될 만큼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