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상상만 하던 삶에서 한 걸음 내딛는 용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는 게 신중한 거라고 믿었습니다. 필라테스를 시작하기까지도 몇 년이 걸렸고, 늘 '조건이 맞으면 시작하겠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풀이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기다린 건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라, 시작이 두려웠던 제 마음이었다는 걸요.시작하지 못하는 사람, 월터와 저영화 속 월터는 데이트 앱 이 하모니에서 셰릴에게 윙크 하나를 보내지 못해 한참을 망설입니다. 용기를 내 버튼을 눌렀더니 시스템 오류. 그걸 핑계 삼아 그냥 출근해 버립니다. 저도 직접 겪어보니 알겠더라고요. 사람은 사소한 장애물 하나만 생겨도 '그러면 그냥 안 하는 게 낫지'라고 합리화하기 정말 쉽습니다.저도 몇 년을 그렇게 ..
횡단보도 앞에서 혼자 울고 있는 아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몇 번이나 다가갈까 망설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신호가 바뀌자 길을 건넜습니다. 그날은 별일 아닌 하루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을 보고 난 뒤, 저는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행동 역시 하나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아동학대보다 더 무서운 것이, 그 사실을 알고도 외면하는 우리의 침묵일 수 있다는 질문을 던집니다.미쓰백이 보여준 침묵의 방관 일반적으로 아동학대 피해는 가해자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을 보면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얼굴이 악역이 아니었습니다. 며칠을 굶은 것처럼 보이는 아이 지은이가 편의점에서 낯선 사람에게 "배고파요"라고 말을 거는 장면, 그 옆을 아무렇..
영화 은 죽음보다 살아 있을 때 전하지 못한 마음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영화 은 2017년 개봉한 김용화 감독의 판타지 드라마로,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차태현,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등이 출연했으며, 사후 세계에서 일곱 개의 재판을 받는 과정을 통해 삶과 가족, 용서의 의미를 그려냈습니다. 국내에서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늘 뒤로 미뤘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저승 재판이 아니라 끝내 전하지 못한 말들이었습니다.죄와 용서 — 신이 더 이상 바라지 않는 것영화에서 가장 묘하게 느껴졌던 장면..
영화 는 전쟁 속에서 가족을 지키려 했던 두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가족 안에서 괜히 먼저 눈치를 보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전쟁의 참혹함보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한 사람을 어디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지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는 전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기보다, 사랑이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집착과 희생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전쟁 전, 두 형제가 살던 방식1950년 서울 종로, 진태와 진석은 구두닦이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형 진태에게는 약혼녀 영신이 있었고, 동생 진석을 대학에 보내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전쟁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 꿈은 충분히 현실 가능한 것처럼 보였습니다.6월 25일 전쟁이 발발..
도준의 엄마는 끝내 이름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를 다 보고 나서야 저는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그 뒤로 한동안 멍해졌습니다. 그냥 강한 모성의 인물이 아니라, 너무 오래 ‘누군가의 엄마’로만 살아서 자기 이름이 닳아버린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현실에서도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습니다. 누구의 엄마, 누구 아내, 누구 딸이라는 말은 많은데, 정작 그 사람 자체의 이름은 자꾸 뒤로 밀릴 때가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영화 속 엄마를 보면서 저는 단순히 아들을 지키는 사람보다, 너무 오래 한 역할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을 먼저 보게 됐습니다.엄마를 의심하지 못했던 이유 저는 영화를 보면서 도준의 엄마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꽤 늦게까지 하지..
영화 은 학교폭력을 직접적인 폭력보다 또래관계 속에서 생기는 소외와 불안을 중심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누군가를 노골적으로 괴롭히는 장면보다 친구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이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저는 어린 시절 교실에서 느꼈던 애매한 외로움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누군가를 노골적으로 괴롭히거나, 한 아이를 반 전체가 대놓고 밀어내는 장면이 있어야만 학교폭력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자꾸 초등학교 점심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누가 먼저 누구랑 나가는지 괜히 눈치 보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물 마시는 척 교실에 조금 더 남아 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누가 저를 싫어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제가 그 무리 안에 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