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걸 알게 되는 순간이 항상 잃고 난 뒤라는 게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몇 년 동안 드나들던 동네 분식집이 문을 닫은 뒤에야 그 가게를 얼마나 당연하게 생각했는지 알았습니다. 영화 《장수상회》를 보면서 그날의 허전함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 글은 그 영화가 건네는 이야기와, 제가 직접 겪어본 '익숙함의 상실' 사이에서 든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낸 기록입니다.익숙함이 사라질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집 근처에 작은 분식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몇 년 동안 퇴근길에 배가 고프면 들러서 김밥 한 줄, 떡볶이 한 접시를 먹고 나오던 곳이었습니다. 사장님과 특별한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고, 맛이 대단히 뛰어난 집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거기 있었고, 저는 그냥 들렀습니다.어느 날 가게 유리문에 작은 종이가 붙어..
집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건 '가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전이 되고 나서 그 생각이 흔들렸습니다. 어두워진 거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 집을 집답게 만드는 건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수백 가지 편리함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영화 《우리집》은 그 감각을 다시 건드렸습니다. 정전이 무서웠던 건 어둠 자체보다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소리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도, 공기청정기 소리도, 충전 중이라는 작은 알림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집의 소리들이 사실은 제가 집에 혼자 있다는 사실을 덜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집의 편안함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