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남한산성》을 보기 전까지는 역사 영화니까 어느 쪽이 옳은지 영화가 답을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서 남은 건 명확한 정답이 아니라, 제가 여행에서 친구에게 고집을 부렸던 일에 대한 불편한 기억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선택이 맞고 틀리고를 따지는 것보다, 그 선택으로 누가 무엇을 감당하게 되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것. 영화가 제게 던진 질문은 그것이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나라를 지키는 문제와 식당 하나를 고집했던 제 일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가 끝난 뒤 계속 떠오른 건 역사적 사건보다 그날 친구의 표정이었습니다. 규모는 전혀 다르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선택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었습니다.고립무..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던 적,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저는 택시운전사를 보고 나서 그랬습니다. 화면이 꺼지고도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슬픈 게 아니라, 가슴 어딘가가 무겁게 눌리는 느낌이었습니다. 1980년 광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이, 그 무게를 두 배로 만들었습니다.언론통제가 지운 광주의 진실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국내 언론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5 공화국 정권에 의한 언론통제(press censorship)가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당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광주에서 폭도가 일어났다"는 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