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의 엄마는 끝내 이름이 없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를 다 보고 나서야 저는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그 뒤로 한동안 멍해졌습니다. 그냥 강한 모성의 인물이 아니라, 너무 오래 ‘누군가의 엄마’로만 살아서 자기 이름이 닳아버린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현실에서도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습니다. 누구의 엄마, 누구 아내, 누구 딸이라는 말은 많은데, 정작 그 사람 자체의 이름은 자꾸 뒤로 밀릴 때가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영화 속 엄마를 보면서 저는 단순히 아들을 지키는 사람보다, 너무 오래 한 역할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을 먼저 보게 됐습니다.엄마를 의심하지 못했던 이유 저는 영화를 보면서 도준의 엄마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꽤 늦게까지 하지..
영화 을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반전보다도 사람을 조용히 작아지게 만드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누가 대놓고 모욕한 것도 아닌데, 괜히 내 사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 표정을 정리하던 때가 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가난 자체보다, 그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쉽게 눈치를 보고 자존심을 접게 되는지를 더 아프게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기생충은 잘 만든 영화이기 전에, 보고 나면 괜히 마음 한쪽이 불편해지는 영화로 남았습니다.반지하에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셨나요기생충에서 기택 가족이 사는 공간은 반지하입니다. 와이파이조차 잡히지 않아 이웃집 신호를 훔쳐 써야 하고,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건 길바닥뿐입니다. 영화는 이 공간을 꽤 길게 보여주는데, 저는 그 장면에서 단순히 '가난한 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