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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 (시간 여행, 현재 행복, 평범한 하루)

by creator25754 2026. 6. 18.

 

 

어바웃 타임

 

 

얼마 전 퇴근길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바빴는데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특별한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셨고,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웃었고, 집에 오는 길에는 하늘이 예뻤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하루를 평범하다고 넘겼을 텐데, 문득 이런 날들이 사실은 꽤 소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 우연히 다시 본 영화가 《어바웃 타임》이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한동안 TV를 끄지 못했습니다. 영화 내용보다 이상하게 오늘 하루가 먼저 생각났습니다. 별일 없는 하루였는데 왜 그렇게 괜찮았는지 말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대학생 때는 취업만 하면 고민이 없어질 줄 알았습니다. 취업하고 나면 돈 걱정이 없어질 줄 알았고요. 그런데 막상 지나고 보니 그때도 고민이 있었고 지금도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와도 또 다른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오래된 착각이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어바웃 타임은 시간 여행(Time Travel) 능력을 가진 영국 청년 팀의 이야기입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설정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상상이라 더 흥미로웠습니다. 저 역시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화가 흥미로운 건 이 능력이 결국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팀은 처음에 자신만을 위해 능력을 쓰겠다고 다짐합니다. 어둠 속 대화가 가능한 술집에서 메리라는 여성을 만나 마음이 흔들리지만, 친구의 망친 공연을 돕기 위해 시간을 되돌렸다가 메리에게 받은 번호가 사라지는 상황을 맞닥뜨립니다. 친구를 돕기 위해 시간을 되돌렸는데 정작 메리와의 인연이 사라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좋은 일을 하려고 했는데 소중한 무언가를 잃게 되는 상황이 묘하게 현실 같았습니다.

이 장면을 보는데 괜히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꼭 후회라기 보다는 "그때는 왜 그랬을까" 싶은 순간들 말 압니다. 어떤 선택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저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대학 시절 더 열심히 공부할 걸 그랬나, 그때 그 여행은 꼭 갔어야 했나, 연락이 끊긴 친구에게 먼저 연락해 볼 걸 그랬나 하고요.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날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면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른 무언가는 반드시 바뀌어 있을 겁니다.

시간을 바꿔도 바뀌지 않는 것들

영화는 이 지점에서 핵심적인 메시지를 꺼냅니다. 팀의 아버지는 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팀에게 하루를 두 번 살아보라는 조언을 건넵니다. 먼저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고, 같은 하루를 다시 살 때는 주변의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관찰하며 살아보라는 것입니다. 팀의 아버지가 해준 조언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같은 하루를 다시 살게 된다면 평소에는 지나쳤던 것들을 더 자세히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말하고 싶은 핵심에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팀은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그 대신 매일을 마치 다시 살아보는 두 번째 하루처럼 보내겠다고 합니다. 저는 이 결말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능력을 포기한 게 아니라 능력이 필요 없을 만큼 현재가 충분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니까요. 사랑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아버지와 아들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괜히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평소에는 전화도 잘 안 하는데 영화가 끝난 뒤에는 안부라도 한 번 물어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장 그리운 날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다

몇 년 전 대학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아침 수업이 있던 날, 졸린 눈으로 일어나 대충 준비를 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점심에는 친구들과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늘 같은 메뉴를 먹으면서도 매일 할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시험 기간에는 서로 공부 안 했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성적을 신경 썼고, 종강이 다가오면 방학 계획을 이야기했습니다. 별것 아닌 이야기였는데 이상하게 그 시간이 참 즐거웠습니다. 그때는 학교가 그렇게 싫었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학생식당 냄새까지 생각납니다. 당시에는 밥 맛도 없다고 투덜거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 자체가 그리운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그 시간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가장 편안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카페에 들러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시험을 잘 본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기억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런 날들입니다. 친구들과 웃던 순간, 강의실 창문으로 들어오던 오후 햇빛, 카페 의자에 기댄 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그 시간들이요.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추억은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감각들로 더 선명하게 새겨지더라고요.

 

결국 행복은 지금에 있었다 

저는 늘 지금보다 다음을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행복할 줄 알았고, 취업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고, 조금 더 돈을 벌면 여유로워질 줄 알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 패턴은 꽤 오랫동안 반복됐습니다. 영화 속 팀이 시간 여행 능력이 있음에도 결국 과거를 포기하고 지금에 머물기로 선택한 장면이 그래서 더 울림이 있었습니다.

어바웃 타임은 시간 여행 영화처럼 보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영화입니다. 화려한 능력보다 시선의 전환이 삶을 바꾼다는 것을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 행복이 어딘가 먼 곳에 있다고 느껴지신다면, 오늘 하루를 두 번 사는 것처럼 한 번만 다시 들여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출근길에 스쳐 지나간 하늘, 함께 밥을 먹은 사람의 표정,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그 짧은 순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을 겁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휴대폰을 만지지 못했습니다. 괜히 사진첩을 열어 대학 시절 사진도 몇 장 넘겨봤습니다. 특별한 여행 사진보다 학생식당에서 찍은 흐릿한 사진이 더 오래 눈에 남았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 사진 속 저는 별 걱정 없이 웃고 있더라고요. 그때도 분명 고민은 있었을 텐데, 지금의 제가 보기에는 그냥 행복해 보였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오늘도 나중에는 그런 날 중 하나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괜히 창밖을 한 번 더 보게 됐습니다. 특별한 건 없었지만 그날의 하늘도 꽤 괜찮았습니다.


참고: https://youtu.be/yj_0VEimHsg?si=l_faJdFyxlGcuV7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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