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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곳에서 입구 앞에 멍하니 서 있었던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처음 혼자 수영장에 갔던 날이 딱 그랬습니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을 보면서 내내 그날 생각이 났습니다. 배 나온 중년 남자들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수중발레)에 뛰어드는 이야기인데, 웃음의 농도보다 그 안에 담긴 '처음'의 감각이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
낯섦 —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이 작아지는 순간
흔히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상황이나 대사에서 바로 웃음이 나오는 경우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제게 이 영화는 조금 달랐습니다. 상영관에서 다른 관객들이 꽤 즐겁게 웃는 소리가 들렸고,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그 웃음보다 인물들이 처음 물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더 눈이 멎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영화가 인물들의 어색함을 웃음거리로만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중년 남성이 수영복을 입고 수중 발레를 한다는 설정만 보면 쉽게 외모나 상황을 이용한 코미디로 흘러갈 수 있는데, 영화는 그보다 '저 사람들이 왜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궁금증을 남깁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웃기게만 보였던 장면들이 뒤로 갈수록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Synchronized Swimming)은 음악에 맞춰 물속에서 동작을 맞추는 수중 스포츠로, 현재는 공식 명칭이 아티스틱 스위밍(Artistic Swimming)으로 바뀌었습니다. 남성 선수들은 2015년부터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지만, 올림픽에서는 한동안 참가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2022년 12월 국제수영연맹(FINA, 현 World Aquatics)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받아 2024년 파리 올림픽 아티스틱 스위밍 단체 종목에 남성 선수가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습니다. 이는 올림픽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남성이 참가 자격을 얻은 첫 사례였습니다.(출처: World Aquatics)
그래서 이 영화의 설정은 단순히 '중년 남자들이 여자들이 주로 하는 운동을 한다'는 데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실제 스포츠 환경에서도 남성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종목이었고, 영화 속 인물들 역시 처음에는 자신들이 이 공간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부터 의심합니다. 저는 이 지점이 영화에서 꽤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결국 수중발레는 이들에게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평소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공간에 들어가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수영장에 혼자 갔을 때 건물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신발은 어디서 벗는지, 탈의실은 어디인지 알면서도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조차 망설였습니다. '이런 것도 모르냐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안내문을 몇 번씩 읽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데 나만 뭔가를 몰라 허둥대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누가 저를 이상하게 쳐다본 것도 아닌데 혼자서 괜히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영장이 어려웠던 게 아니라 '처음 온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싫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제가 처음 왔는지 관심이 없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실제보다 훨씬 크게 받아들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낯선 곳에서는 주변의 시선보다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가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도 수중발레를 어색해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단순히 우스꽝스럽다고만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들에게도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모든 편견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영화는 중년 남성의 몸과 어색한 동작을 웃음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몸을 화면에 오래 보여주는 방식은 관객에게 웃음을 유도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재미있으면서도 조금 불편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결국 '누구나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넨다고 느꼈는데,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외모와 서툶이 웃음의 재료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영화가 그들을 끝까지 우스꽝스러운 사람으로만 남겨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균형을 잡았다고 느꼈습니다.
- 영화 속 인물들은 낯선 종목과 공간에 처음 들어선다
- 남성 선수의 국제대회 참여는 과거보다 확대되었지만 영화가 제작될 당시에는 지금과 상황이 달랐다
- 영화는 종목 자체보다 그 공간에 들어선 사람들의 낯섦을 보여준다
서툴러서 더 진짜 같았던 사람들
영화를 보면서 솔직히 예상 밖이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클라이맥스 공연 장면이 생각보다 훨씬 아마추어다웠습니다. 저는 이런 스포츠 영화라면 마지막에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로 감동을 주는 결말을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공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동작이 엇나가고, 타이밍이 맞지 않는 장면도 그대로 둡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 서투름이 이 영화의 진정성을 만들어냈다고 느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성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부족함과 어색함까지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배 나온 중년 남성들의 신체가 클로즈업되는 장면도 반복되는데, 흔히 스포츠 영화에서 기대하는 탄탄한 몸과는 꽤 다른 모습입니다. 의도적으로 '보기 좋은 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카메라는 상당히 솔직합니다.
저는 이 연출이 오히려 인물들의 노력을 더 크게 보이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결과를 보여줬다면 '원래 잘하는 사람들이겠지'라고 넘겼을 겁니다. 하지만 엉성한 채로 물속에서 버티는 모습을 보면,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탈의실에서 수영모를 몇 번이나 다시 써가며 애쓰던 제 모습이랑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웃겼습니다.
다만 저는 이 선택이 모든 관객에게 통할지는 조금 의문이 들었습니다. 스포츠 영화에서 기대하는 짜릿한 경기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했다면 마지막 공연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조금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만약 마지막에 갑자기 완벽한 선수들처럼 변했다면 오히려 이 영화가 앞에서 쌓아온 인물들의 현실성이 사라졌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마지막까지 인물들의 실력을 과장하지 않은 선택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공연이 아니라, 서툴더라도 끝까지 무대에 서는 경험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8명의 팀원과 코치, 주변 인물까지 등장하다 보니 초반에는 얼굴과 관계를 파악하는 데 조금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특히 각각의 인물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팀에 들어왔는지가 충분히 깊게 설명되기 전에 여러 인물이 한꺼번에 등장해 일부 인물의 사연이 가볍게 지나간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전반부에는 인물들의 얼굴과 관계를 익히느라 극에 몰입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팀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만, 몇몇 인물의 변화가 충분히 쌓이지 못한 채 지나간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용기 —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생각한 용기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처음부터 두렵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해본 경험을 다음 행동으로 가져가는 것도 용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수중발레를 시작했다고 해서 갑자기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고민도 그대로 남아 있고, 동작도 여전히 서툽니다. 그런데도 계속 연습하고, 같은 공간에 다시 나타납니다. 저는 그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실제 삶에서도 어떤 일을 한 번 시작했다고 해서 두려움이나 고민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수영장에 갔을 때는 낯선 공간 자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한 번 경험하고 나니 다음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수영을 갑자기 잘하게 된 것도 아니고 낯선 곳에 익숙한 사람이 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한 번 해봤다'는 경험이 생겼다는 것이 달랐습니다. 다음에 새로운 곳에 갔을 때는 '모르면 물어보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이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행동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을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고 합니다.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직접 해낸 경험이 자기 효능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 경우에도 수영장에서 얻은 것은 '나는 낯선 곳을 잘 다닌다'는 자신감이라기보다 '처음에는 어색해도 결국 지나갈 수 있다'는 작은 경험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낯선 곳에 가면 긴장할 때가 있습니다. 에전처럼 완전히 편해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모르는 것을 숨기려고 입구에서 오래 서 있기보다는 직원에게 물어보고, 조금 어색해도 일단 들어가려고 합니다. 한 번 해봤다는 경험이 다음 행동을 조금 덜 어렵게 만들어준 것입니다.
저는 영화 속 인물들의 변화도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그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조금 덜 망설이는 사람들이 되어갔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말하는 용기는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 남아 있어도 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요?
A. 이 영화는 실제로 존재하는 남성 수중발레 팀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실화 영화라기보다는, 남성들이 수중발레에 도전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만든 극영화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 일상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수중발레를 배우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받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 영화를 실제 스포츠 성공담이라기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는 편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Q. 영화 속 중년 남성들은 왜 수중발레를 시작하나요?
A. 인물마다 수중발레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개인적인 사정은 조금씩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처음부터 수중발레를 잘하거나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각자의 현실에서 답답함이나 고민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수중발레라는 낯선 공간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수중발레는 이들에게 단순한 운동이라기보다, 평소와 다른 자신을 경험해보는 계기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Q.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장르는 무엇인가요?
A. 기본적으로 코미디와 드라마가 섞인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년 남성들이 수중발레를 배운다는 설정 때문에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많지만, 단순한 코미디로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인물들이 왜 수중발레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마주하는지를 함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웃음을 만드는 상황도 많지만, 인물들의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 과정이 함께 그려집니다.
Q.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나요?
A.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거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본 사람이라면 특히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꼭 수영을 좋아하거나 스포츠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 역시 이 영화를 수중발레 영화로만 보지 않고, 처음 혼자 수영장에 갔을 때 느꼈던 낯섦과 연결해서 보게 됐습니다. 완벽하게 잘할 자신이 생긴 뒤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서툴더라도 일단 한 발을 내딛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결론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중년 남성들이 수중발레에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작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남긴 영화였습니다. 수중발레라는 낯선 소재 때문에 웃음을 만드는 장면도 있지만, 제가 오래 기억한 것은 오히려 서툰 사람들이 계속 그 자리에 나타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 혼자 수영장을 갔을 때 입구에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때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보다 익숙하고 능숙해 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가 처음 왔는지조차 관심이 없었을 겁니다. 결국 저를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에게 만들어낸 부담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낯선 곳에 갈 때 긴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모르는 것을 숨기려고 오래 망설이기보다는, 모르면 물어보고 조금 어색해도 일단 들어가려고 합니다. 수영장에서 얻은 가장 큰 변화도 자신감이 아니라 '처음에는 어색해도 한 번 해보면 다음은 조금 덜 어렵다'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저에게 거창한 성공이나 완벽한 변화를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남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툴러도 계속해보는 사람, 망설이면서도 결국 한 발을 내딛는 사람의 이야기에 가까웠습니다. 처음이라서 서툰 것은 당연하고, 그 서툼을 지나야 비로소 익숙해질 수 있다는 것. 저는 이 영화에서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