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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는 경우, 우리는 그 이유를 정말 모르는 걸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은 걸까요. 영화 《낫아웃》을 보다가 면접에서 떨어지던 날, 옷장 안쪽에 면접복을 밀어 넣던 제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그냥 속상해서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조금 다른 의미로 보였습니다.
잘했다고 믿었던 순간의 착각
《낫아웃》은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결승타를 친 열아홉 살 고교 야구 입시생 광호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봉황대기에서 팀 우승의 주역이 된 광호는 프로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합니다. 이후 대학 진학을 통해 야구를 계속하려 하지만, 그 길 역시 생각처럼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야구에서 드래프트는 프로 구단이 선수를 지명해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광호에게 드래프트 탈락은 단순히 한 번의 시험에서 떨어진 일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에 쏟아온 시간이 한순간에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받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면접 결과를 기다리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면접이 끝난 날에는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준비한 질문이 나왔고, 예상했던 것보다 말을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괜히 합격하면 무엇을 입고 출근할지, 첫 월급을 받으면 무엇을 할지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불합격 메일을 확인했습니다.
메일을 열고 한동안 화면을 그대로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크게 울거나 화가 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머릿속에 '왜?'라는 생각만 남았습니다. 내가 분명 괜찮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다르게 나오니까, 떨어졌다는 사실보다 제가 저 자신을 평가했던 방식이 더 흔들렸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실패는 결과만 바꾸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바라보던 생각까지 흔들어놓는다는 것을요.
광호가 결승전에서 잘했다고 해서 프로에 갈 수 있던 것은 아니었던것처럼, 저 역시 한 번의 면접을 잘 봤다고 해서 반드시 합격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이 당연한 사실을 꽤 아프게 보여줍니다.
좌절을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이라는 것
프로 진출이 막힌 광호는 대학 진학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하지만 영화는 '실패했으니 새로운 길을 찾으면 된다'는 식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광호는 여전히 야구를 놓지 못하고, 어떻게든 계속하기 위해 무리한 선택까지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돈 문제와 감독의 부당한 요구, 친구와의 갈등까지 겹칩니다.
저는 이 부분히 오히려 현실적이었습니다. 실패하면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다음 기회가 있잖아.", "다른 길을 찾으면 되지.", "이번 경험을 밑거름 삼으면 돼."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막상 실패한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말이 바로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불합격 하고 나서 한동안 채용 공고를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공고를 찾아보면서도 지원 버튼을 누르는 순간 망설여졌습니다. '또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이기도 합니다. 아직 지원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떨어질 것부터 걱정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때 저는 부족했던 부분을 제대로 돌아보기보다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했습니다. '이번 회사가 나랑 안 맞았던 거겠지.', '다른 지원자가 더 잘했겠지.', '내가 운이 없었던 거야.'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정작 제가 부족했던 부분을 볼 기회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저는 실패의 이유를 찾고 있던 게 아니라 실패했다는 사실에서 빨리 도망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광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로에 가지 못했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 자신이 믿어온 미래까지 함께 무너질 것 같았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광호의 고집이 단순히 철없음만으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의 행동 중에는 분명 잘못된 선택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자신이 간절하게 붙잡고 있던 것을 놓아야 할 때 얼마나 쉽게 판단력을 잃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돈과 구조가 만든 불공정
제가 영화에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광호의 실력만으로는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는 현실이었습니다. 광호는 야구를 잘합니다. 그런데 진학 과정에서는 실력 외에 돈과 감독의 요구가 끼어듭니다. 영화는 여기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작품을 소개하면서 광호의 대학 진학 과정에 동기와 감독, 돈 문제가 얽혀 있음을 짚었습니다.
저는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면접에서 떨어질 때마다 무조건 제 능력부터 의심했습니다. '내가 말을 못 했나?', '경력이 부족했나?', '내가 다른 사람보다 별로였나?' 그런데 여러 번 지원하다 보니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제 부족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결과를 제 능력 하나로만 설명하기에는 현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모집 인원, 경쟁자, 회사가 원하는 조건, 시기처럼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이걸 인정하고 나니까 오히려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떨어질 때마다 '나는 부족한 사람인가?'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이번 결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 그래도 내가 고칠 부분은 찾아보자'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 영화도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립니다. 노력의 가치와 결과의 공정함은 같은 말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열심히 했다는 사실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동안의 노력이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영화가 이걸 지나치게 희망적으로 포장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흔한 성장 영화와 달라서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스포츠 영화라면 보통 실패한 주인공이 좌절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나 마지막에는 좋은 결과를 얻는 흐름을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낫아웃》은 조금 다릅니다.
광호는 실패한 뒤 바로 성숙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무리하고, 잘못된 선택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성장은 깔끔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좋으면서도 아쉬웠습니다. 좋았던 이유는 현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람도 실패 한 번 했다고 갑자기 현명해지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아쉬웠던 부분은 몇몇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조금 빠르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광호가 어떤 선택을 하기까지의 내면을 조금 더 천천히 보여줬다면 그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인상적인 건 '성공한 청춘'이 아니라 아직 성공하지 못한 청춘을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이 작품을 '아웃됐지만 아웃이 아닌' 상태의 광호에 빗대어 설명한 것은 영화의 제목과 성장 방식이 정확하게 맞물리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실패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실패한 뒤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도 괜찮고, 다시 시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영원히 보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낫아웃 영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B tv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별도 검색 없이 B tv 앱이나 셋톱박스에서 제목으로 찾으면 됩니다. 공개된 시점 기준으로 스트리밍이 가능하며, 서비스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최신 편성은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Q. 낫아웃은 실화 기반 영화인가요?
A. 특정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실화 영화는 아닙니다. 이정곤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고교 야구선수의 드래프트 탈락과 대학 진학, 돈과 감독의 요구 등이 얽힌 현실적인 상황을 다룹니다.
Q. 야구를 잘 몰라도 볼 만한 영화인가요?
A. 네. 야구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광호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뒤 어떻게 흔들리는가입니다. 취업이나 입시처럼 열심히 준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면 야구를 잘 몰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Q.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A. '열심히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식으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패와 좌절, 돈 문제, 관계의 균열을 함께 보여주면서 꿈을 계속 좇는 것 자체가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점까지 보여줍니다.
결론
《낫아웃》을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광호가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실패한 뒤에도 쉽게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면접에서 떨어진 날, 면접복을 옷장 안쪽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속상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잘했다고 믿었던 제 자신까지 잠시 숨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실패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떨어졌다고 해서 그동안의 노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다시 시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내가 뒤처지는 것도 아닙니다.
《낫아웃》은 저에게 '무조건 다시 일어나라'고 말하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잠시 주저앉아 있는 시간도 지나고 나면 다시 움직이기 위한 과정일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저에게 그다음은 옷장 안쪽에 넣어두었던 면접복을 다시 꺼내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제가 경험한 작은 '낫아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